애견

로트바일러의 위기

pks0413 2011. 10. 13. 16:08

로트바일러 봉팔이가 살고있는 목장에는 소들이 많이 늘어났다.
로트바일러와 함께 목장에 있던 황소 중 한마리가 다른 황소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거구로 성장했다.

소를 키우는 농가에서는 보통 숫소를 키울 때는 궁궐의 내시들이 거세를 하듯이 육질을 연하게 하고 포악한 성격을 누그러뜨려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 거세를 한다.

그런데 수의사의 실수로 이 숫소는 거세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목장의 주인조차도 그 것을 모르고 키웠던 것인데,

거세를 하지 않은 황소는 몸집도 엄청나게 더 크고 성격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포악하게 성장했다.

 
거세시술에 실패한 이 황소는 너무 난폭해 져서 목장 관리인조차 가까이 하기를 꺼려할 정도였다.
더욱이 옆동에 있는 암소가 발정을 하면 이놈의 성격은 더욱 난폭하여 수시로 우사안의 담장을 뛰어 넘으면서 난동을 부리기 일쑤였으니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다.
물론 이놈을 처분하면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소값이 맞아야 출하를 할 수 있고, 때마침 수정이 되지 않는 암소가 있으면 이 놈이 그 놀라운 정력을 과시하면서 자신의 새끼를 번시시키는 역할을 해야만 하니 처분만이 능사는 아니였다. 물론 이미 거세는 때를 놓친 시기다.

날로 난폭해 지면서 말썽을 피우는 이 황소에게 자신만이 이 목장의 강자로 군립하게 할 수는 없었다.
지난 번에 이 놈이 로트바일러에게 참패를 당한 기억이 있기에 나는 수시로 로트바일러를 이 수컷황소에게 접근하도록 하여 이 놈이 주눅이 들어 성격을 누그러 뜨릴 속셈이였다.
이 놈들의 만남은 늘 그렇다.
먼저 로트바일러가 황소 가까이에 접근하면 황소는 저 멀리서 그 커다란 체구를 꿈틀거리면서 어슬렁 거리며 로트바일러에게 접근을 한다.
그런 다음 서로 입을 마주하면서 킹킹거리면서 냄새를 맞고 황소가 머리를 흔들면서 그 커다란 뿔을 과시하면서 로트바일러에게 입김을 불어 넣는다.
이에 로트바일러는 뒤로 자세를 움찔하면서 경계를 하면서 자세를 낮추고 갑자기 달려 들면서 황소에게 겁을 주면 황소는 뒤로 물러서면서 싱겁게 끝이 난다.

하지만 이제 거의 다 성장한 황소이게 이 것이 더 이상 먹혀 들지 않았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나이가 먹으면 겁이 없어지는 법이다.
로트바일러 봉팔이도 이제 18개월이다. 이 정도라면 거의 다 성장했다.
황소 역시 봉팔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하지만 개보다 수명이 더 긴 소지만 출하를 목적으로 키운 소라서 성장속도는 개보다 훨씬 빠르다는 느낌이다.

황소는 자신의 덩치에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새카맣고 조그마한 동물이 더 이상 설치는 것을 놔 둘리가 없었다.
개 중에서는 제 아무리 한덩치 한다는 로트지만 황소에 비하면 어른과 아이 만도 못했다.
지난 날 자신의 자존심을 처참하게 꾸겨버린 로트바일러에 대한 응징과 분노를 삼키면서 자신의 힘을 감추어가면서 분노의 칼날을 가슴에 품고 전력을 연마하고 또 연마하면서 싸움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자신의 동료를 제물로 삼아 절치부심 이를 갈면서 연습을 한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만감이 교차할 것이였을 것이다.
사실 이 황소는 어두운 밤이면 자신과 같이 기거하는 다른 황소와 머리를 맞대면서 싸움을 하기가 일쑤였다.
이제 이 황소는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지금까지 로트가 접근을 해도 지는 척 해가면서 뒤로 물러 났던 것이였다.
물론 인간처럼 이러한 생각을 했을리는 없겠지만 인간의 눈으로는 충분히 짐작이 가는 상황이 아니겠는가?

역시 황소 특유의 습성인 앞발을 끌어 당기면서 전열을 가다듬더니 쉭식거리는 숨소리를 크게 내뿜으면서 로트바일러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로트는 꼼작도 하지 않고 부동자세 그대로였다.
마치 철길에 서서 마주오는 철마와 마주치는 무모한 시도였다.
자신의 대담함을 과시하기 위함인가? 싸움을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자~ 니 맘대로 복수해라!"하면서 자신의 죄값을 받을려고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일까?
저대로 놔두면 뼈도 못추린다.
황소는 대가리만 갖고도 로트바일러를 깔아 뭉개기에 충분한 체구였다.
바윗덩어리가 조그마한 사과를 내리 찍는다고 생각해 보라? 로트바일러의 창자가 튀어나고도 남을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 얼마나 처참하고 끔찍한가?
괴물 같은 덩치의 무서운 황소는 둥글고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분노에 찬 눈망울로 로트를 향하여 돌진하기 시작했다.
가히 천하의 무적이라 할 만큼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여전히 로트는 눈하나 깜박하지 않고 부동자세 그대로였다.
서로 상대방의 기를 누르기 위해서 담력 싸움으로 돌변한 것이였다.
하지만 황소가 2미터 가까이 접근하자 로트는 그 특유의 나지막하게 그르렁 거리는 고동소리로써 황소의 접근에 맞서기 시작했다.
이들의 싸움에 그 누가 끼어 들 수 있겠는가?
옆에 있는 다른 황소들 조차 숨소리를 죽여가며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한동안 부동자세로 있던 로트도 2미터 그 이상의 접근은 용납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제 이 로트가 움직일 차례다.
역시나 앞다리는 곧게 세우고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목에 힘을 주면서 마치 낮은 포복을 하는 자세로 슬슬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김없는 호랑이의 자세다.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나 표범 또는 맹호가 먹이 사냥을 하는 자세 그대로다.
하지만 이 로트바일러는 먹이를 두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서열 다툼이다.
이 싸움에서 지면 로트는 황소에게 밀려 제2인자로 밀려날 판이다.
이 상황이 오면 더이상 로트는 목장안에서 독재자로써 군림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 아닌가?
동물들의 서열다툼은 생존 그 자체다.
서열다툼에서 지면 자신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쫓겨나거나 아니면 승자에게 영원한 종으로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기 마련이다.

황소는 무식하게 뿔만 믿고 돌진했지만 영리한 로트바일러는 황소의 급소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대체 어느 한 구석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면공격은 무시무시한 뿔이 달린 커다란 머리가 맞서고 있고 아래로는 자신의 발의 몇배나 되는 딱딱한 굽으로 된 시커먼 발굽이 있으니 여기에 밟히면 뼈도 못추린다.
측면공격이나 후면공격을 할 기회를 찾으며 황소의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황소 역시 상대방의 공격할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자세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지루한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이제 어느 한쪽의 자세가 흐트러지면 이들의 싸움은 반쯤은 끝이 난 것이다.
로트가 틈을 보여 황소의 뿔에 충돌하면 죽거나 반 불구가 될 것이고, 황소가 틈을 보이면 로트는 그 무시무시한 어금니를 가진 턱힘으로 황소의 가죽은 성할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초식동물은 의외로 겁이 많다.
육식성 동물은 자신의 살절음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부러져도 깡다구로 버티는 동물이지만 초식동물은 자신의 몸에 조그마한 상처가 나도 줄도망을 간다.
그래서 육식동물끼리 싸울때 어느 한놈이 죽어야 싸움이 끝나지만 초식동물들끼리 싸울때는 아느 한쪽의 조그마한 상처나 겁을 주어도 그 싸움은 싱겁게 끝이 난다.

이 싸움은 초식동물과 육식 동물의 싸움이다.
개를 비롯한 모든 동물은 자신의 영역을 수호할려는 본능이 있는 것이다.
특히 개과 동물은 더더욱 그러한 본능이 심해서 외부의 침입자라고 판단이 되면 경계를 하고 위협을 가한다.
로트바일러는 물론 경비견이다. 이 경비견이라는 것도 알고보면 자신의 영역을 수호할려는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한 본능이 다른 종류에 비해서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영역 수호 본능 때문에 야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를 비롯한 오소리, 너구리 등등 뭇 짐승들을 물리치면서 주인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드디어 로트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황소 주변을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가랑비는 어느덪 장대비로 변하면서 하늘엔 먹구름이 다가오더니 지축을 흔드는 천둥소리가 대지위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혈투를 예고하는 굉음을 내면서 솨~솨~ 하는 비바람을 몰고 왔다.
앞으로 이 목장에 다가올 엄청난 운명과 변화의 소용돌이를 예견이라도 하는듯이...

황소의 빈틈을 찾던 로트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황소는 다소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로트는 더욱 재빠르게 황소를 교란하기 시작하자 옆동에서 구경하던 다른 황소들마저 불안한 눈초리로 움직이면서 목장안 우사는 마치 전장터를 방불케 했다.

드디어 황소가 머리를 숙이는 틈을 타서 로트는 그 등을 뛰어 올랐다.
마치 비호같은 몸놀림이였다. 그토록 육중하게 보이던 로트바일러의 몸이 어쩌면 저리도 날렵하게 움직일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달리기를 할때 토끼와 덩치큰 멧돼지가 똑같은 속도로 달린다면 우리 눈에는 어느 동물이 더 빨리 달리는 것 처럼보일까?
작은 동묵이 더 빠른것 처럼 보일것이다.
마찬가지로 로트의 덩치가 크다고 해서 푸들보다 느린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우리들 눈에는 둔하고 느리게 보일뿐이지 실은 엄청난 순발력을 타고난 로트바일러가 아닌가?

황소의 등에 올라탄 로트바일러는 황소의 앞다리 사이에 있는 어깨죽지를 물고 늘어지자 황소는 고통에 못이겨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로데오의 경기처럼 야생마의 등에 올라탄 사람과 다를바가 없었다.
이리저리 날뛰는 황소는 제 스스로 우사안의 철망에 걸려 상처가나면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로트는 평소 밧줄을 던져주면서 인내력을 키워준 덕분인지 웬만해서는 자신이 물고 있는 황소의 등에서 떨어지지를 않을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워낙에 황소가 날뛰는지라 제 아무리 로트라 할지라도 어쩌겠는가?

황소의 등에서 떨어진 로트는 잠시 정신을 잃었는지 자세를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자 분노에찬 황소는 한방에 날려 버릴 속셈으로 그 커다란 뿔을 앞세우고 로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이러다간 둘 중에 한 놈은 죽을 것이 뻔한 것이 아닌가?
이 놈들도 서로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지만 나 역시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다.
황소가 죽으면 재산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로트가 죽으면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동반자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황소의 죽음은 재산상의 손해고 로트의 죽음은 정신상의 손해인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고 손에 집히는 것이라곤 모두 잡았지만 몽둥이를 찾지 못해서 겨우 밧줄을 손에 줍어들고 채찍처럼 이 두 놈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나도 이성을 잃었다. 

싸움도 하루이틀이지 이 놈들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리고 잡아먹지 못해서 난리니....
이 두놈들이 성장하면서 목장은 한시라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것이다.
속썩히는 놈들이였다.
이 참에 두 놈들을 사정없이 패버렸다.
하지만 두 놈들은 서로 식식거리면서 도대체 떨어지지를 않는 것이다. 

우사 안에서 소똥이 덕지덕지 묻도록 딍굴면서 그토록 지루하게 싸우던 이놈들은 제아무리 천하 장사라도 지치는 법! 이제 이놈들은 싸울 기력조차 없이 두놈 모두 숨을 헉떡이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체 휴전에 들어갔다.
로트는 엎드린 자세로 긴 혀를 앞으로 내밀며 침을 질질 흘리면서 거친 숨을 내몰아 쉬는 반면 황소 또한 등에 땀이 맺혀 마치 비를 맞은 듯이 흠뻑 젖어버렸다.

동물들의 싸움에서 휴전이란 그저 소강상태에 불과한 것이여서 어느 한쪽이 공격자세를 취하면 또다시 반격의 기회를 노려야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이놈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서로 잠시 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앞서 전개된 이들 두마리 동물의 이야기는 싸움이 계속되어 어느 한쪽이 처절하게 패배를 하면서 끝을 봐야 재미가 더 하겠지만 주인인 나로써는 썩 내키지 않는 결말이 될 것이다.
이 틈을 타서 나는 로트바일러를 우사안에서 끌고 나와서 찬물로 몸에 묻은 소똥을 씻어 주었다.

언제나 로트의 눈치를 보며 슬슬 피하던 황소가 갈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사안의 새로운 실력자로 둔갑한 것이다.
이제 이 목장안에서 로트의 독재와 폭정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한것이다.
과연 로트바일러의 전성기는 끝이 날 것인가?

이 처절한 싸움이 끝난후 두놈은 서로 경계를 하면서 가능한 마주하는 것을 피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황소의 동족 아니 그 놈의 2세인 송아지와 로트의 파트너인 채1년도 안된 암컷 로트가 장난을 할때 이 놈들의 눈동자는 언제나 경계를 취하면서 한 순간에 서로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면서 전운이 감도는 살벌한 기운이 엄습하면서 될 수 있는한 이놈들이 마주하는 기회를 주지 않도록 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바야흐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왔다.
가을에 살이 찌는 것이 어디 말 뿐이겠는가?
황소를 비롯한 로트바일러도 여름동안 야위었던 몸에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털갈이를 하면서 볼품 없던 몸이 이제는 제법 윤기가 흐르면서 로트다운 풍체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 우람한 자태를 뽐내면서 혹한의 계절에 눈밭을 헤집고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면서 멧돼지와 노루, 토끼를 뒤쫓으며 눈보라치는 황야에서 용맹스러운 모습으로 산천을 호령하는 로트바일러의 계절이 얼마남지 않았다.
사실 로트는 엄청나게 몸에 열이 많은 종류인 것같다. 한겨울에도 왠만큼 추워서는 우리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놈이 안는가?
이제 로트의 적은 황소가 아니라 혹한의 계절에 농장을 습격하여 사료를 훔치는 멧돼지와 오소리 등 야생동물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줘야 할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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