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바일러 봉팔이가 살고 있는 농장엔 작년에 태어난 황소(한우 숫소)가 10개월에 접어 들고 있었다.
황소란 본디 온순하고 우직하여 옛날에는 일소로써 우리 한민족과 애환을 같이 하였으며 또한 우리 민족의 정서와 딱 떨어지는 가축이다.
그러나 이 온순한 황소도 한번 열받았다 하면 앞뒤 보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감당 못할 난폭한 면을 감추고 있는 가축이다.
한번 폭발하는 힘에는 호랑이도 감히 못덤벼 들 정도라고 하니 인간을 위해서 그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힘을 감추고 주인에게 노예가 되어 밭을 갈고 수레를 끌면서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점은 로트바일러의 성격과 거의 비슷하다.
사실 동양권에서 우리나라 만큼 로트바일러를 좋아하는 민족은 없다고 한다.
모든 일본문화를 복사하는 요즘 세태지만 일본 사람들은 로트바일러를 별루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에만 그토록 열광적으로 로트바일러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그건 로트바일러가 외국의 개지만 그 성품과 기질이 우리 한민족의 정서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엔 온순하고 젊잖지만 한번 들고 일어나면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무서운 힘이 살아 나기때문이다.
이게 바로 우리 한민족의 신바람 문화와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한번 신이 나면 온 천지를 뒤엎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우리 민족이 아닌가?
뭐든 세계 1위를 해야 직성이 풀리지 않는가?
그 위험한 힘을 자랑하는 황소 주변을 로트바일러는 전혀 꺼리낌없이 다가가곤 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이제 10개월을 넘어선 황소는 아직 어린 소지만 체중이 500킬로가 넘는 거구다.
다 성장하면 800-1,000킬로가 나간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한번 잘못 걸렸다하면 콘크리트 벽도 뚫을 수 있는 무서운 뿔을 지니고 있어서 관리인 조차도 접근하기를 꺼려하는 놈이다.
본디 동물의 습성은 아무리 힘이 없어도 덩치가 큰 동물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덤벼들지 않는 법이다.
난폭한 백상아리(상어)조차 인간이 막대기나 풍선으로 몸집을 부풀려 있으면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로트바일러는 황소를 겁내지를 않았다.
역시, 그 옛날 소몰이 꾼의 후예다운 용맹한 본능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황소에 자주 접근하던 로트바일러는 그새 친해졌는지 황소와 입맞춤까지 할 정도로 가까워 졌다.
황소의 우사는 커다란 몸집의 황소는 울타리를 튀어 나오지 못하지만 로트 정도의 개들은 충분히 그 우사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아무리 친하고 가깝게 지낸다고 해도 서로 넘어서는 아니될 선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동물들 특유의 본능인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가차없이 격퇴시킨다는 것을 로트는 몰랐던 것이다.
사실 아무리 로트바일러와 가깝게 지내던 같은 농장안의 도베르만도 로트바일러가 잠을 자는 집 근처로 오면 로트는 한순간에 돌변하여 사정없이 뭉개버리곤 했었다.
자신의 영역에는 다른 짐승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서 정작 자신은 다른 짐승 즉 황소의 영역을 넘어 선 것이다.
황소는 아무리 우리에 갖혀 있어도 그 우리 공간만큼은 자신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한겨울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차가운 날씨에 황소는 코구멍에서 뜨거운 김을 내쉬면서 머리는 땅으로 쳐박고 앞발을 끌어 당기면서 투우소의 전형적인 자세로써 로트를 공격할 태세였다.
워낙에 커다란 몸집의 황소가 하는 행동이라서 로트는 그 자세가 자신을 위협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자세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양쪽 머리 좌우로 난 커다란 뿔은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
그 뿔에 사람이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장정들의 갈비뼈가 서너개는 와작이 날 정도였으니 거친 숨을 내쉬면서 공격하는 황소에게 정면으로 마주친다면 로트의 허리가 부러지는 것은 일도 아니였다.
사실 이 로트가 들어가서 마주친 황소는 이제 겨우 10개월을 넘어섰지만 목장안에서는 폭군으로 통할 정도로 다른 황소의 대장격으로 군립해 오고 있었던 터라 다른 황소들은 이 용쟁호투에 끼어들 엄두조차 못내고 한쪽 구석에 몰려 눈만 껌벅이며 구경할 수 밖에 없던 처지였다.
집안에 어른이 싸우는데, 애들이 나설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로트바일러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였다.
한때 다른 개(도베르만, 진돗개)들과의 협공으로 수컷 멧돼지를 격퇴시킨 것을 비롯하여 너구리, 오소리 등등 목장 주변의 뭇짐승들을 물리치고 목장주변의 광활한 산악지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지 오래고 또한 주인과 함께 산악지역을 돌면서 각개전투를 비롯한 전략과 전술을 몸으로 터득하였고, 새끼멧돼지에게 당한 경험으로 인해 각종 동물들의 급소가 어딘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드디어 로트바일러는 황소의 그러한 행동과 자세가 공격자세임을 알았고 그 공격대상이 자신임을 알았다.
갑자기 등에 있는 뻤뻤한 털을 곧게 세우고 황소의 주위를 슬슬 돌면서 공격시점과 급소를 찾기 시작했다.
황소는 여전히 자신의 주변을 돌면서 어슬렁거리는 로트바일러에게 촛점을 맞추기 위해서 한자리에서 빙글 빙글 돌기 시작했고 그 도는 황소를 로트바일러는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또 돌고 있었다.
서로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에 불과했고 아직 정면공격은 피하면서 서로의 약점과 공격위치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우리에 있던 소들은 이들이 빙글빙글 돌때마다 자리를 피해 주면서 멍한 눈으로 쳐다봤다.
엄청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과히 용과 호랑이의 싸움에 겨룰만한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로의 약점을 찾으면서 기회를 옅보던 황소와 로트는 우사 안의 분뇨가 몸에 덕지덕지 묻어 뒤범벅이 되도록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황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황소는 같은 연령의 황소들끼리 한우리에서 여러마리가 생활 해 온터라 이들의 서열다툼에서 몸소 익힌 싸움기술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황소는 슬슬 로트바일러를 코너로 몰기 시작했다.
코너에 빠져버리면 로트는 그 큰 덩치의 황소에게 깔려 죽을 판이다.
로트는 더이상 물러 설 곳이 없게 되었다. 코너에 몰려 황소에 깔려 죽거나 아니면 죽음을 무릅쓰고 황소의 대가리에 매달려 단숨에 급소를 공격하든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사태가 이지경에까지 이르자 같은 우리속에서 황소와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소들도 동족인 황소의 편을 들어 우르르 몰려 들어 로트바일러를 에워 쌓았다.
큰일이다. 이젠 로트바일러는 저 큰 황소들에게 깔려 죽을 일만 남았다.
급한 마음에 로트바일러를 불렀다. "봉팔아! 빨리 빠져 나와~ 튀어 나오란 말이야! 임마!" 하면서 소리를 쳐 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도대체 저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 남는단 말인가?
이제 로트바일러는 죽기 살기로 덤벼 들어야 할 판이다.
갑자기 로트바일러 특유의 산천이 울리도록 "으으응~"하는 포효와 함께 점프를 하여 황소의 넓은 등을 밟고 황소의 뒤편으로 굴러 떨여졌다.
너무나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황소들은 어리둥절 해 하면서 자신들의 뒤편으로 뛰어넘은 로트바일러를 찾느라 전열은 완전히 와해되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젠 충분히 도망쳐 나올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트는 자신을 코너로 몰아붙인 황소의 아랫배를 물고 늘여졌다. 여전히 그르렁 거리고 숨을 거칠게 쉬면서 절대로 놓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물론 로트는 황소의 급소가 어디쯤인지는 알고 있다.
다른 동물은 목이 급소지만 이 황소는 목이 어찌나 큰지 도대체 로트바일러의 입에 들어갈 수가 없고 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황소의 신체중 가장 연약한 부위인 아랫배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이미 로트는 황소의 또다른 급소까지 알아냈던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몸소 익혀 냈던 것이다.
아픔을 참지 못한 황소는 목을 길게 내밀고 신음을 하기 시작했다.
로트바일러의 갑작스런 행동과 포효하는 소리에 놀란 다른 황소들은 일찌감치 뒷전에 물러서서 이들 두마리의 거물들 싸움에 주눅이 들어 벌벌 떨뿐이다.
요즘은 황소값이 금값이다.
황소 가죽에 상처라도 나면 소값은 제값을 받지 못한다.
로트가 더 이상 황소에게 상처를 입히면 경제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봉팔아! 이제 그만 놔 줘라! 이리와!"하면서 아무리 불러도 소용이 없다.
여전히 분을 못참는 듯 식식거리면서 황소의 아랫배 살절음을 물고 비틀기 시작했다.
고통을 못참은 황소는 그대로 그 큰 거구를 덜썩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안되겠다 싶어 소우리 속으로 들어가 로트를 억지로 끌고 나왔다.
"상황 끝!"
이 일이 있고나서는 로트바일러가 우사나 방목장 근처에 가기만 해도 그 큰 덩치의 황소들은 겁을 먹고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로트바일러는 소문만 듣던 소몰이꾼이 아니였다.
그 타고난 본능적 투지력으로 엄청난 덩치의 황소들을 제압하고 그 위에 군립을 했던 것이다.
생각컨데,
아무리 힘센 로트라 할지라도 힘으로 싸우면 황소에게 게임이 안됩니다.
그 옛날 황소는 1톤이 넘는 수레를 끌정도의 괴력을 지닌 가축입니다.
이런 황소에게 힘으로 싸운다면 황소의 뿔에 한번만 부딪히면 그날로 끝장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센 황소라도 순발력과 유연성이 부족하여 로트에게 패배를 맛보아야 만 했습니다.
사자는 자신보다 몇배의 힘이 센 물소를 공격해서 사냥을 하곤합니다.
힘으로는 사자가 물소를 당해낼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자들은 당당히 물소를 공격해서 사냥을 합니다.
로트바일러가 사는 목장과 그의 영역인 숲- 무척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이지만 얼마전 멧돼지가 출몰하여 로트바일러의 암컷이 희상당한 비극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로트바일러는 이 곳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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