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랫마을 김영감이 식식거리며 농장을 찾아와 하소연을 하였다.
김영감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야산을 일구고 밭을 만들어 해마다 거기에서 고구마며 감자며 갖은 농장물을 가꾸어 생계의 터전으로 삼은 그 곳이 멧돼지들에게 짖밟혀 마치 폐허가 된 쑥대밭으로 변한 감자밭을 보면 한숨만 나올 지경이였다.
이 멧돼지라는 놈들이 감자밭을 파헤칠때는 밭 이랑에 주둥이를 깔고 마치 쟁기질을 하듯이 골을 타고 가면서 입에 씹히는 것이라고는 돌을 제외하고는 닥치는 대로 입에 쳐 넣고 이 놈들이 지나간 곳은 농작물이 살아 남을 리가 없다.
수천평이 되는 그 넓은 밭을 항폐화 시킬 정도라면 한두마리의 멧돼지로는 어림도 없다.
아마 이 놈들은 최소한 10마리에서 많게는 20마리 가량 되는 떼로 다니는 멧돼지떼들의 소행임이 틀림이 없었다.
예전에는 산에서 나무를 베어서 뗄깜으로 이용할때 산에 길이 있고 잡목이 무성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농촌에도 나무를 뗄깜으로 사용하는 집은 아무도 없다.
최소한 기름보일러나 심야전기로 난방을 해결하기에 산에는 사람이 올라 갈 일이 없다.
기껏해야 가을에 버섯을 채취하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산은 멧돼지나 고라니를 비롯한 동물들의 천국이다.
더욱이 호랑이나 표범같은 포식자가 없어지면서 멧돼지를 비롯한 초식동물은 천적이 없어지면서 이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났으며 산속의 숲은 그야말로 옛날 타잔영화를 보는 듯한 밀림이나 다름이 없고 대낮에 산에 올라가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뭇잎이 덮여 어두침침한 어둠이 엄습하면서 금방이라도 뭐가 튀어나올 듯한 으시시할 정도의 공포감을 느낄정도였다.
이렇듯 숫자가 늘어난 멧돼지들은 산속에서만 먹꺼리를 찾을 수 없어서 인근 마을까지 습격하여 농작물을 파헤치기 시작한 것이다.
김영감이 농장을 찾아오기까지만 해도 그저 강건너 다른 사람들의 얘기꺼리로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않았다.
김영감이 농장을 찾은 그 다음날 바로 불행이 닥쳤다.
언제나 로트바일러를 따라다니면서 장난을 치면서 갖은 재롱을 부리던 진돗개가 산속에서 죽은 사체로 발견 된 것이였다.
이 놈을 발견한 로트바일러는 농장으로 내려와서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로 주인을 산으로 이끌고 갔다.
진돗새의 사체를 발견한 순간 너무나도 참혹한 장면이였다.
마치 칼로 난도질 당한 것처럼 온몸이 상처 투성이였고 창으로 배를 쑤셔 넣은 것처럼 배가죽이 찢어지고 창자가 보이면서 파리떼들이 들끓었다.
그렇지않아도 진돗개는 야행성이 다른 어느 견종보다 뛰어나서 겁없이 자신의 영역을 넘어 온천지를 돌아 다니던 놈이였다.
기어이 멧돼지떼에게 당해 죽음을 자초한 것이였다.
그 외딴 농장에서 자신의 친구가 되어주고 동료가 되어준 진돗개의 죽음을 보자 로트바일러의 분노에 찬 눈동자는 산속숲을 향하여 금방이라도 뛰쳐 올라갈 기세였고 농장을 비롯한 주변 숲속의 엄청난 전쟁을 예고하는 듯한 폭풍전야의 밤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로트바일러가 농장으로 온지 겨우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로트바일러에겐 참으로 많은 시련이 있었다.
지난 겨울 자신의 배우자였던 암컷 로트바일러를 혹독한 추위속에서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후 시름에 잠겨 겨우 안정을 찾을 무렵 동료였던 도베르만마저 또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생존해온 동료였던 진돗개까지 멧돼지떼들에게 무참하게 짓밟혀 참혹하게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으니 말못하는 짐승이지만 그 슬픔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사람이 함께살아온 가족이 다 죽고 홀로 남는다고 생각해 보라!
이제 농장에는 오직 로트바일러 한놈만 남아서 험준한 산악지역에서 내려오는 뭇짐승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농장을 지켜야할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 것이다.
수컷로트바일러 혼자의 힘으로는 무척 힘겨울 것이지만 자신의 운명인 것을 이찌하겠는가?
아마도 이 놈마저 산짐승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희생당한다면 더 이상 로트바일러 이야기는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진돗개의 시신을 산속에 묻은후 로트바일러는 자신의 은신처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3일동안 식음을 전폐해 가면서 시름에 잠겨 있었다.
주인이 아무리 부르고 달래도 도대체 이 놈은 먹이조차 먹지 않고 겨우 물만 몇모금 마실뿐이였으니 이놈을 보는 주인조차 안스러워서 못봐 줄 지경이였다.
1주일이 지나자 이놈은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는 느낌이였고 정상으로 회복되는 기미가 보였으나 여전히 농장이나 산속을 돌아다닐적에는 동료들의 남아 있는 냄새를 맏고서 또다시 맥이 풀린 모습으로 축 늘어져 엎드려서 고집을 피웠다. 아니, 고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투정처럼 보였다.
어디 그 뿐인가 텅비어 있는 동료들의 빈견사를 바라볼때면 마치 울부짖는 목소리로 "우~"하면서 소리를 내니 이 어찌 말못하는 짐승으로만 바라 볼 수 있겠는가? 영물임에 틀림이 없었다.
자신도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는지 산속을 이리저리 날뛰어 다니면서 동료들과 함께한 뛰어다니던 추억을 생각하면 또다시 울분에 찬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그러던 중 갑자기 이놈은 이상한 냄새를 맏고 어깨죽지 털을 곧게 세우고 분노에 찬 모습으로 긴장을 하면서 마치 어떤 놈이라도 걸리기만 하면 죽여버릴 태세를 보였다.
바로 멧돼지의 냄새였다.
멧돼지의 냄새를 맏은 로트바일러는 마치 지난 슬픔은 모두 잊은체 절치부심 복수의 칼날을 품은 사람처럼 밤낮으로 이 놈들을 찾아 나서면서 주인곁에 있을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제 주인조차 이 놈을 막을 수 없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으니 발사된 미사일처럼 그 누구도 도리킬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 누가 죽든지 한판 전쟁을 치를 일만 남았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마치 하늘이 뻥 뚫린것처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계곡의 물은 한순간에 불어나면서 토사와 함께 황토물은 파도처럼 산 아래로 밀려 들었다.
천둥과 번개는 시커먼 하늘을 둘로 갈라 놓으면서 지축을 흔드는 굉음을 쏟아내면서 다가올 전운을 예고하는 듯 뭇짐승들을 공포로 몰아 넣었으나 이런 대자연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에서 내려오는 겁없는 무서운 놈이 있었으니 그 놈이 바로 멧돼지떼였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엔 대낮인데도 숲속은 어두컴컴한 밤이나 다름없었고 인간의 인기척도 전혀 느낄 수 없으니 장마철에 굶주린 멧돼지야말로 밭작물을 습격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원래 계곡의 골짜기는 이놈들이 늘 다니던 길이였으나 물이 불어나면서 길이 없어 졌으니 왼쪽으로 가는 길은 절벽이라서 암벽을 잘 타는 산양이라면 몰라도 멧돼지는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고 산등성이를 오른쪽으로 돌아서 밭으로 가려던 참이였다.
하지만 우회해서 가는 길은 로트바일러가 지키는 농장이 버티고 있었으니 로트바일러의 방어선을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평소같으면 서로 껄끄러운 그 길을 기피했겠지만 장마철에 먹을 것이 없어서 수도 없이 굶은 이 놈들에겐 로트바일러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설사 그 길이 죽음을 앞당기는 길이라도 야생동물에겐 몇마리쯤 희생을 감수하고서도 가야만 할 길이 아니던가?
아프리카 쎄랭게티 공원의 누우떼들의 이동을 보면 이 놈들은 강을 건널때 수 많은 동료가 악어에게 먹히고 사자에게 희생을 당해도 몇마리쯤 희생으로 인해 살아 남은 놈들이 풍부한 먹이감이 널려 있는 초원에서 번식을 하면서 대를 이으며 생존해 가지 않던가?
이게 바로 야생의 법칙이고 생존의 길이였던 것이다.
멧돼지떼들은 대장 수컷을 비롯하여 암컷과 그 새끼들 그리고 함께 다니던 가족인지 아니면 작년에 태어난 놈들인지는 몰라도 청장년 쯤 되어 보이는 몇마리를 합하여 15마리는 족히 넘었다.
이 놈들이 가는 길, 특히 처음 가는 길이나 위험한 곳을 지날때는 늘 대장수컷이 앞장을 서고 그 나머지 놈들이 서열대로 뒤를 이어가며 지나가고 먹이를 먹을때도 그 서열은 불문률처럼 철저하게 지켜졌다.
이놈들이 지나간 자리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길이 아니다.
굶주린 놈들이라 땅을 파헤치면서 먹이감을 찾아가며 지나가기에 떼로 다니는 이놈들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불도저로 쓰러버린 것처럼 초목들은 뿌리를 드러나도록 황폐화시키면서 지나갔으니 인간이 작물을 가꿀려고 일구어낸 논밭을 지나가면 그야말로 초토화가 된다.
드디어 산등성이를 넘어 로트바일러가 지키는 농장이 저 멀리 보이자 이 놈들은 다소 당황하는 듯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으나 목장옆에 있는 논으로 우두머리 멧돼지가 뛰어 들어가자 나머지 놈들도 따라서 뛰어 들었다.
로트바일러가 모를 리 없었다.
로트바일러가 뻔히 보는 목장앞 논에 이놈들이 뛰어 들었으니 로트바일러의 영역에 침입을 한것이다.
이 것은 로트바일러의 입장으로선 선전포고나 다름이 없었다.
비록 멧돼지떼들의 행선지는 밭이였고 그 논은 그저 지나가는 길목이나 다름이 없었겠지만 로트바일러로써는 용납할 수 없는 도전이였고, 자신의 동료들을 무참하게 짓밟은 놈들을 응징할 절호의 기회였다.
비를 피해서 목장 우사에서 앞다리에 턱을 대면서 엎드려 휴식을 취하던 로트바일러는 한순간에 마치 신들린 놈처럼 논을 향해 박차고 뛰어 나갔으니 멧돼지와 로트바일러의 숙명적인 만남, 아니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5마리 가량의 멧돼지와 한마리의 수컷로트바일러!
로트바일러의 운명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로트바일러마저 이 놈들에게 희생을 당한다면 이 지역은 그야말로 멧돼지의 영역이 되고 또 이놈들의 세상이 되면서 이 주변 논밭과 목장은 더이상 희망이 없어지면서 인간마저 이 곳을 떠나야 할 절박한 운명에 처했으니...
시커먼 물체가 마치 용수철 튀듯이 대지를 박차고 멧돼지가 우글거리는 논을 향해 하늘로 튀어 올랐다.
그 동안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던 놈이였으니 이놈의 점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가끔 주인과 장난을 칠때 주인의 키를 뛰어 넘을 정도였으니 하늘로 치솟은 로트바일러의 육중한 근육질의 몸은 가히 꿈틀거리는 괴물과 같았다.
벼를 쓰러뜨리면서 논을 가로질러 가는 멧돼지떼의 뒷꽁무니를 향해 자신의 체중을 실어 돌진하는 로트바일러는 마치 대포알처럼 멧돼지떼의 후미를 타격하면서 어린 멧돼지 한마리를 한순간에 저 세상으로 날려 보냈다.
갑작스런 공격에 멧돼지떼들은 다소 당황하면서 대열이 흐트러지면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으나 로트바일러는 닥치는대로 새끼멧돼지를 한입에 물고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논바닦에 떨어진 맷돼지떼들은 한동안 정신을 잃다가 겨우 깨어나면서 수컷인 대장멧돼지쪽으로 달아났다.
마치 전장터처럼 이미 논바닦은 쑥밭이 되었고 이 놈들은 진흙투성이로 변했다.
겁먹은 어린 멧돼지와 암컷 멧돼지들은 대장멧돼지 뒤에 숨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로트바일러를 쳐다보기만 했다.
드디어 대장멧돼지와 정면으로 대적하게 되었다.
한마리의 로트바일러와 대장멧돼지떼를 선두로한 15여마리의 멧돼지떼들은 이렇게 대열을 정비하면서 전투태세를 갖추게 된 것이였다.
멧돼지떼들은 숫자만 많았을 뿐이지 이미 로트바일러에게 겁을 먹은 어린 새끼들은 싸울 의지조차 없는 놈들이였고 나머지 젊은 멧돼지와 암컷 멧돼지 또한 로트바일러를 공격 할 정도로 대담한 놈이 되지는 못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어떤 싸움에서도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숫자가 많을때는 그 중 가장 강력한 한놈을 골라서 사정없이 뭉개버리면 나머지 놈들은 겁을 먹고 줄도망을 가기 마련이다.
로트바일러 역시 자신이 대적할 놈은 대장수컷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머지 놈들은 이미 꼬리를 내리고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 대장멧돼지 뒤에 바짝 달라 붙어 있으니 수 많은 동물과의 혈투 속에서 터득한 로트바일러가 이 정도의 낌새는 본능적으 알아차릴 정도가 아니겠는가?
드디어 대장멧돼지가 그 커다란 송곳니를 치켜세우고 로트바일러를 향해 슬슬 다가오고 있었다.
로트바일러는 멧돼지가 움직이자 앞다리는 곧게 세우고 머리와 몸은 아래로 내리면서 어깨죽지를 드러내면서 억센 털을 곧게 세우면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기(氣)싸움이 시작되면서 매인 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멧돼지의 가장 강력한 가공할만한 무기는 바로 송곳니다.
멧돼지는 생존해 있는동안 죽을때까지 코끼리의상아처럼 이 송곳니가 자란다고한다.
송곳니가 크면 클수록 나이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송곳니를 앞세운 멧돼지와 정면승부를 할 동물은 아무도 없다. 한국산 멧돼지보다 덩치가 적은 아프리카 혹멧돼지조차 사자하고 정면돌파를 하면 사자는 한순간에 나가떨어진진다.
수컷대장 멧돼지의 송곳니는 마치 자신의 주둥아리보다 더 커보일 정도로 가히 위력적이였다.
만약 로트바일러가 멧돼지와 정면승부 내건다면 한순간에 로트바일러의 허리가 부러지거나 최소한 창자가 튀어나와 즉사를 할 것이다.
과연 로트바일러는 멧돼지의 흉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파악하고 있을까?
그 옛날 로마군의 원정때마다 이들의 식량인 소들을 호위하면서 뭇짐승들을 물리치고 심지어 현대전에서는 이들의 몸에 폭탄을 장착하고 적진으로 뛰어들어 자살공격을 서슴치 않던 그 용맹한 본능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이제 대장멧돼지와 정면으로 대적하고 있는 로트바일러의 운명이 판가름날 일만 남았다.
멧돼지와의 전장에 나간 로트바일러는 절대로 짖지 않았다. 겁없는 개는 짖지 않는 법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이면서 숨고르기를 하면서 상대방이 움직이기만 기다릴 뿐이다.
대장멧돼지 뒤쪽에서 벌벌떨면서 기다리던 새끼 멧돼지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이에 놀란 대장멧돼지가 로트바일러를 향하여 돌진하기 시작했다.
5미터전방까지 이놈이 진격해 왔는데도 로트바일러는 꼼짝도하지 않으면서 마치 괴물처럼버티고 있었다.
멧돼지가 식식거리면서 송곳니를 위로 치켜들면서 점점 거리를 좁혀가자 한순간에 로트바일러는 그 육중한 몸이 공중으로 튕겨올랐다.
방금전까지 바로 앞에 있던 로트바일러가 하늘로 튕겨 올라가면서 사라지자 멧돼지는 자신의 등위에서 공중부양하고 있는 로트바일러를 못찾고 다소 당황하면서 두리번거렸다.
땅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자신의 몸을 비틀고 멧돼지의 후미쪽을 공격할태세를 갖추었다.
참으로 기가막힌 예술의 경지에 이른 착지법이였다.
이미 로트바일러는 멧돼지와 정면승부는 승산이 없음을 판단하여 후미의 가장약한 쪽을 파악한 것이다.
멧돼지의 가장연약한 부분인 두 다리사이의 사타구니 살을 물고 늘어질려는 순간 대장멧돼지의 송곳니가 로트바일러의 어깨를 가격하면서 로트바일러는 3미터 떨어진 논뚜렁에 �굴면서 어깨죽지에 피가나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제 로트바일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선제공격을 당한 로트바일러는 너무도 어이없이 당한 것이다.
자신의 몸을 비틀거리면서 일어설려고 안간힘을 가하면서 투지를 불태우면서 일어서려고 했으나 상처가 너무 깊어 또 넘어졌다.
논뚝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장멧돼지가 뛰어내린다면 로트바일러는 이로써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 동안 뭇짐승들로부터 지켜낸 자신의 영역을 멧돼지떼에게 내 주어야만 하는가?
이제 겨우 3살남짓한 로트바일러가 저 세상으로 가기엔 아까운 나이가 아니던가?
자신의 배우자마저 멧돼지떼의 공격으로 저세상으로 떠난지 이제 겨우 1년도 되지 않았다.
로트바일러로써는 만감이 교차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이 스쳐가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비틀거리던 로트바일러는 갑자기 용수철처럼 2미터가 넘는 논두렁을 튀어 올랐다.
자신보다 먼저 저세상으로 간 암컷 로트바일러가 마치 환생이라도 해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비호처럼 논뚝으로 튀어 오른 로트바일러는 논뚝에서 나란히 대장멧돼지와 마주하고 서 있었다.
하늘에는 보름달을 가리는 구름이 몰려 오면서 어둠이 오는가 하면 다시금 그 구름이 걷히면서 이 전장터를 밝게 빛추기를 반복했다.
언덕처럼 우뚝 솟은 논뚜렁에 마주하고 있는 이들 두 괴물은 이제 둘 중의 하나만이 살아 남을 운명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한 동안 이 두놈들은 그렇게 서로 꼼짝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더니 대장멧돼지가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싸울 의지가 없어서 도망을 갈려는가?
대장멧돼지가 도망을 가면 논뚝 아래서 위로 쳐다보는 암컷멧돼지와 그 새끼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20여미터를 뒷걸음치던 대장멧돼지가 앞으로 돌진할 태세를 갖추었다.
헉! 도망갈려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섰다가 달려오면서 그 체중을 실어서 로트바일러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할려는 의도였다.
멀리뛰기 선수가 좀 더 멀리 뛰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돌진하는 일종의 도움닫기 기법을 쓰는 것이였다.
생긴 것은 엄청 무식해도 너무나 영악한 멧돼지였다.
주둥아리에 우뚝 튀어나온 송곳니로 로트바일러의 몸통을 날려 보낼 속셈이였다.
그 상태로 로트바일러가 정면돌파를 한다면 살아남기는 커녕 뼈도 못추릴 상황이 아니던가?
우제과 동물 특유의 갈라진 발굽으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적의 시야를 흐트려 혼란에 빠지게 하려는 의도였다.
황소나 코뿔소 등 대부분의 소과 동물이 싸움시작 전에 발로 땅을 파헤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진하는 대장멧돼지는 마치 황야의 무법자처럼 감히 어느 누구도 정면으로 대적할 자가 없는 무적의 전사처럼 보였다.
로트바일러 또한 대담한 놈이였다. 상대가 그토록 무섭게 달려오는데도 떡벌어진 가슴을 드러내면서 대담하게 마주하고 있는게 아닌가?
제 아무리 범죄자가 흉기들고 설치더라도 두 눈 똑바로 뜨고 부동자세를 취하면서 담력으로 상대를 누르면 함부로 못달려 드는것과 마찬가지다.
로트바일러는 힘으로 대적하기 어렵다는 것을 눈치채고 담력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담력도 상대를 판단해가면서 사용해야 되지 않던가?
무모하게 담력 자랑한다고 철마와 맞짱뜨지는 못한다.
드디어 대장멧돼지가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로트바일러 5미터 전방까지 달려왔다.
이제 로트바일러는 멧돼지의 일격에 그 생을 마감해야 할 차례란 말인가?
그 순간 로트바일러가 한 두 발자국씩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로트바일러 뒤에 뭔가 받추어 주고 있는 물체가 보였다. 트렉터였다.
농가에서 사용하던 트렉터를 일하다 말다 논뚝에 놓고 간 것이였다.
이제 로트바일러는 더 이상 뒤로 물러 설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게 왠 일이던가?
대장멧돼지가 달려오는 속도를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2미터 가까이 접근하자 로트바일러는 갑자기 위로 튕겨 올라가면서
이 무식한 대장멧돼지는 철마와 같은 트렉터에 주둥아리를 쑤셔 박아넣었다.
두개골이 함몰 되면서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제 아무리 천하무적이라도 쇠덩어리에 박아서 성할 리가 있겠는가?
주둥아리는 박살이 나서 그 형체조차 못알아 볼 정도로 참혹했다.
그 육중한 체중을 실어서 돌진하는 것이 자신의 화를 자초한 것이다.
대장멧돼지는 로트바일러에 너무 집중했던 나머지 뒤에 있는 장애물은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다.
역시 싸움은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던가?
이 로트바일러는 야생동물과의 수 많은 생존경쟁 끝에 지형지물을 이용할 줄 알았던 것이다.
논뚜렁 밑에서 이 두마리의 싸움을 지켜보던 암컷멧돼지를 비롯한 새끼멧돼지는 슬슬 꽁무니를 뒤로 빼면서 줄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대장멧돼지는 그렇게 머리의 형체도 못알아 볼 정도로 망가져서 쓰러져 있자 로트바일러는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역시 신사적인 행동이였다. 제 아무리 적이라 하더라도 쓰러진 적은 건드리지 않는 법이다.
로트바일러도 서서히 피로와 긴장이 풀려 오자 상처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농장으로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만감이 교차하였을 것이다.
로트바일러가 농장에 다 오자 쓰러져 있던 대장멧돼지는 경련을 일으키면서 숨을 거두는 것처럼 보이다가 온 몸을 비틀더니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말 지독한 놈이기도 하고 대단한 체력을 자랑하는 멧돼지였다.
그 후로 더 이상 농장주변에는 멧돼지들의 출몰이 감지 되지 않았고 인근 농가에도 멧돼지들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은 은신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을 것이다.
이로써 로트바일러는 도베르만과 진돗개를 비롯한 자신의 동료들의 원수를 갚은 셈이였고 또한 농장주변의 최강자로써 군립하였다.
저와 제 충견 로트바일러 입니다. 제가 "앉아"를 시키면 저토록 복종을 합니다.
제 충견이 살고 있는 목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입니다.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이 곳에는 산짐승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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