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찾아간 저의 광활한(ㅋㅋㅋ) 농장은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다녀오는 길에도 자식처럼 정성을 들인 농작물이라서 비록 돈 한푼 손에 쥔 것은 없지만 정이 들어서인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춘양목 사이의 잡목은 어느 새 벌써 자취를 감출 정도로 훤해졌습니다. 맨날 톱질 낫질의 결과입니다. 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멧돼지 부부가 무성한 콩밭에서 낮뜨거운 행각을 벌인 흔적이... 참 먹음직스런 호박이죠? 이건 애호박 소위 말하는 영계호박입니다. 늙은 시어머니 호박도 펑퍼짐한 히프를 깔고 그 옆에 떡 버티고 있습니다. 보세요~ 정말 신기하죠? 올 봄에 고구마 순을 심어 놓은 것인데 흙을 파 보니 벌써 이렇게 탐스럽고 맛있게 자랐습니다. 땅콩을 심은 곳에 잡초가 자랄 공간을 빼앗아 콩을 심어 놓았습니다. 땅콩은 벌써 씨알을 맺을 순이 땅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콩도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뜰깨입니다. 참깨와 틀린 가장 큰 특징은 값이 싸다는 것이죠!ㅋㅋㅋ 대신에 상큼하고 향기로운 잎을 선물하여 맛있는 쌈을 싸 먹을 수 있습니다. 어찌나 향이 진하던지 그 맛을 안먹어 본 사람은 모릅니다. 춘양목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머루랑 다래가 앞을 다투어 풍성하게 열렸습니다. 올해 풍년을 예고하는 듯... 팥입니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누릿한 빛깔로 비실비실 해서 그렇게 미워했는데 이토록 잘 자랐습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1년생 도라지입니다. 제대로 발아되지를 못해서 드문드문 자랐습니다. 부들은 서둘러서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 빨래 방망이 같은 길다란 막대기를 내 밀었습니다. 갈대랍니다. 이 곳은 다른 지역보다 가을이 좀 빨리 오는 편인가 봅니다. 뭔지 아시죠? 피마자 즉 아주까리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나름대로 이쁘네요! 이쁘지 않는 농산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보세요! 보기엔 밤송이처럼 생겼지만 저 열매가 익으면 기름을 짜서 먹을 수 있답니다. 잎은 삶아서 쌈을 싸 먹을 수 있구요! 그리고 또 하나 있어요! 밭에 가서 일하다가 응아 하고 싶을 때 화장지 없으면 넓은 아주까리 잎이 제격입니다. 돌아오는 길엔 산신각에 들려 산신님께 큰 절을 하면서 사죄했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도끼로 나무를 하다가 잘못 던져 산신님께서 제가 던진 쇠도끼에 머리가 찍혀 피를 질질 흘려 치료를 해 주고 오느라 주말에 찍은 사진을 이제 올리게 되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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