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비화
절도죄
pks0413
2007. 6. 21. 10:36
절도죄
제329조---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모자를 '푹' 뒤집어 쓴 김달봉은 피고인석에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비좁은 법정에는 불구속 피고인들 및 방청객들이 빽빽히 앉아 있고 '푹푹' 찌는 더위에 법정안은 에어컨을 틀었지만 국가예산을 절약한답시고 약하게 틀어 놓았는지 짜증나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판사는 박검사의 신문이 끝나자 피고인 김달봉에게 신문을 했다.
"피고인! "
"네"
"법정에서는 모자를 벗는 것이 좋은데, 모자를 벗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가 두상이 안좋아서 벗기가 좀........"
"피고인은 예전에 정신적 신경치료를 했던 적이 있나요?"
"3-4년 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무얼하고 있나요?"
"노가대 일을 다니고 있는데,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검사의 공소사실에 의하면 굳이 절취할 물건이 그것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뭔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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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달봉이는 어제 새벽까지 술을 먹었던지라, 이제서야 기지개를 펴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량초과로 마셨던 술때문에 속도 쓰리고 배도 고파왔다. 달봉이의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돈을 벌로 나갔는지 집안에 계시지 않았다. 이리저리 부엌을 뒤지고 난 달봉이는 김치와 된장국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이왕 노동일도 나가지 못한 이상 오늘 하루는 놀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달봉이는 집안에 있기가 지루하여 외출을 하기로 하고 대문을 나섰다.
한편,
달봉이의 집은 달동네 꼭대기에 위치한다. 어머니와 단둘이서 살고 있는 달봉이는 가난했고 그날그날 날품팔이로 수입을 벌어들여 생활하는 어머니와 기분나면 공사현장에 나가 일하고 우울할 땐 술로 살고 있는 달봉이는 서른이 훨씬 넘어 장가도 못가고 있다.
달봉이 집에서 50 미터쯤 좁은 골목길을 내려오다보면 현숙이가 살고 있는 집이 있다. 현숙이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20대 후반의 아가씨였다.
달봉이는 자기네 집에서 큰 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현숙이네 집을 지나쳐야만 했으며 그녀의 집옆을 지나다가 운 좋은 날이면 현숙이의 얼굴을 보기도 하고 운없는 날이면 못보기도 했다.
일요일 어느날,
달봉이는 현숙이네 집을 지나다가 현숙이를 보았다. 현숙이는 쉬는 일요일이어서 그동안 밀렸던 빨래를 하여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 옷을 널고 있었다.
팔소매를 걷어부친 현숙이의 뽀얀 팔목과 하얀 얼굴을 담넘어로 훔쳐보는 달봉이는 마음속으로 현숙이를 짝사랑하게 되었던 날도 어언 3년이 흘렀다.
속으로만 애타고 있는 그의 가슴은 이제는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변변치 못한 직업과 경제적으로도 내세울 수 없었던 생활형편에 현숙이에게 사랑고백을 한다는 것은 하늘에 올라가 별을 따오라는 것과 같았다.
'이놈의 팔자는 왜 이렇게 태어나가지고는.......'
속으로 중얼중얼 거리고 난, 달봉이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현숙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빨래를 모두 널고 난 현숙이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달봉이는 허탈감에 빠져 한숨을 '푹' 쉬고나서 큰길로 나왔다.
오후 늦게 아직 어둠이 깔리기 전, 달봉이는 골목길을 걸어 올라 집으로 가는 도중에 현숙이의 집 대문 앞에 도착하여 집안을 기웃거렸다.
아침에 현숙이가 널어 놓았던 빨래가 빨랫 줄에 그대로 남아 있는걸 보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달봉이는 갑자기 마음의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그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악마의 유혹에 자기도 모르는 사에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대문을 살며시 열었다.
대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리고 대문을 들어서 마당으로 향해 빨랫래줄 아래서 재빠르게 그것을 걷어내려 호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행여 누구에게 들키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곧바로 대문을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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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혹시, 빨래줄에서 내 브레지어 못봤어요?"
"아니! 못봤는데...."
"오늘 아침에 분명히 빨아 놓았는데...이상하다....내가 건망증이 왔나!....."
현숙이는 빨래를 걷으면서 이상한 일이 다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다음 날,
현숙이는 퇴근 길에 백화점에 들렸다. 가장 아끼던 브레지어가 감쪽같이 없어져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찾을 길이 없어서 하나 사기로 했다.
보름이 지났다.
아침 일찍 일어난 현숙이는 출근을 하기 위하여 서두르고 있는 중에 어제 빨래감으로 내놓은 브레지어를 찾다가 찾지를 못하여 어머니를 찾았다.
"엄마! 내 브레지어 보지 못했어요?"
"응! 어제 내가 빨았는데....다른 빨래감 속에 없던?"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데...... 요새 이상하지 않어? 왜 내것만 없어지는데.....세상에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
"현숙아! 안되겠다. 우리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야겠다"
"에이! 다시 브레지어하나 사고 말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구만..."
"아니야. 누군가 우리 집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 이 기회에 감시카메라 설치한 것도 나쁘지는 않다. 내가 아빠하고 상의 하마."
현숙이 엄마는 그날 저녁 남편에게 사실 이야기를 하고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보름이 흘렀다.
여느 때와 같이 달봉이는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현숙이 집 앞에서 기웃거렸다. 인기척이 전혀 없는 현숙이 집을 자연스럽게 들어가 그것을 호주머니에 넣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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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공판이 오전 10시에 개정했다.
"모두 일어 서 주시길 바랍니다"
정판사가 법정에 들어서자, 법정경위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 뒤를 형사참여관이 뒤따라 들어와 모두 착석하였다.
"지금부터 2005년 4월 25일 형사 42단독 공판을 개정하겠습니다. 먼저........"
정판사는 법대 앞 정면을 바라보며 형사공판 개정을 선언했다. 엄숙한 법정분위기는 조용했고 비좁은 방청석에는 많은 방청객들이 빼곡히 앉아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방청하고 있었다.
"피고인과 검사는 전회공판기일에 대하여 이의사항이나 변경할 사항이 없습니까?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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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더이상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저는 욕심이 나서 훔쳤던 것이 아니라, 평소에 피해자를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못나서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그 여자를 내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물건을 훔쳤던 것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판사님..."
"다음 선고기일은 5월 9일 9시 30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5월 9일,
"피고인 김달봉은 초범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 김현숙이와 합의가 되어 모든 정상을 참작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피고인을 벌금300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25일을 위 벌금에 관한 노역장 유치기간에 산입한다. 위 벌금의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은 이 판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7일이내에 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