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봉화의 추억을 담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무더위가 심했던 한 해였습니다.
그 동안 땀흘려 가꾸어 놓은 농작물은 드디어 결실을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은 언제나 저 자작나무에 단풍이 들기 시작할 무렵이면 고구마를 캘 시기입니다.
호미와 곡갱이 준비하셨나요?
미쳐~ 시키지도 않은 삽자루는 왜 들고 나서요? 삽질 할 일 있나요?
흐미~ 잡초가 왜 이렇게 무성하죠?
누가 게으른 농부 아니랄까봐 꼭 티를 낸다니까!
자원봉사자를 많이 동원해 왔네요!
일당이 얼마라구요? 고구마 5개만 줍시다. 너무 짠돌인가?ㅋㅋㅋ
근데, 왜 갑자기 조용히 불러 내죠? 쥐약 먹었나?
아하~ 콩밭에서 볼일 보자구요? 난 왜 이렇게 눈치가 없지?
지난 여름에 콩밭을 빌려 줬더니 수많은 커플들이 다녀가서 콩밭이 잔디밭으로 변했잖아요!ㅋㅋㅋ
허튼 생각하지 말고 빨리 고구마나 캐세요!
그럼, 고구마 캐면서 뺑이치세요!
나는 저 산에 잠시 올라갔다 올께요!
오늘 먹거리를 챙겨야죠!
요즘 같은 가을에는 산에 올라가면 먹을 것이 지천에 널려 있답니다.
보세요! 잠시 다녀왔는데 송이를 이 만큼이나 채취했잖아요!
지져 먹고 볶아 먹고 그리고 또 먹다 남으면 아무도 주지말고 버려야죠!ㅋㅋㅋ
그렇지않아도 요즘 채소값이 너무 올라서 고기로 반찬을 해야 할 처지인데 잘 됐습니다.
오늘은 요놈을 잡아다 반찬을 합시다.
우리는 쌀이 떨어지면 고기로 끼니를 해결하거든요!
어째 우리 님 전생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느낌이 안좋네요!
애들은 가라! 들어나봤나? 꽃뱀!ㅋㅋㅋ
뱀요리를 못한다구요?
미쳐~! 그럼, 호주머니에 넣고 도망가지 못하게 꼭 잡으세요!
지난 번에 전 미국대통령 부시랑 여름휴가를 보냈던 곳에 있는
레스토랑 주방장께 부탁해 보죠!
빨리 뱀 들고 따라와요!
이 곳은 해마다 부시랑 여름휴가를 보냈던 곳인데,
지난 번에는 고르바쵸프도 다녀가고 이 번에는 오바마까지 끼워 줬습니다.
호숫가에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백조를 보고 그 누가 평화롭다고 했나요?
알고보면 물에 빠지지 않을려고 열나게 발로 비비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실겁니다.
마찬가지로 저 양을 보고 누가 순하다고 했나요?
숫양들은 암컷을 차지하기위해 목숨을 걸고 서열다툼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실겁니다.
이그~ 아까 뱀한테 물려 뱀독이 올라 갑자기 횡설수설까지 하잖아요!ㅋㅋㅋ
오늘은 저기서 고구마 파티를 하는겁니다.
아~ 죄송^^ 여기는 봉화가 아니네요!
원래 저랑 여행을 하면 정신없이 시간과 공간이 헷깔리고 머리가 띵해지는 증세가 나타나거든요!
저는 체크인하고 올테니까 빨리 고구마푸대 들고 들어가세요!
지배인한테 들키지 말구요!
제가 체크인하면서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테니까
카운터 밑으로 납작 엎드려서 고구마랑 꽃뱀 들고 객실로 들어가시는거 알죠?
냄새 풍기지 말고 요리하는거 알죠?
피곤이 몰려 오네요!
나는 한 숨 때립니다.
ㅋㅋㅋ 꿈속에서 내님의 전생의 모습(꽃뱀)이 살려달라고 하네요!
디저트는 저 산장에서 와인 한 잔 어때요?
봉화의 산간지역에는 곳곳에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지난 해처럼 단풍잎 머리에 꽂고 쪼개시면
어느 날 갑자기 격리수용되는거 알죠?
봉화의 가을은 그 어느 곳 보다 아름답고 풍성하답니다.
봉화를 찾는 사람들만의 특혜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흐르는 강물처럼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추억을 흘려보냅니다.
풍성한 가을 되십시오!
제작 : 나
출연 : 꽃뱀 2마리, 사람 5인, 양 수십마리
소품 : 송이 1박스
연출 : 저
편집 : 나
음악 : 김동규, 금주희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협찬 : 삼성전자 디지털 카메라
배경 : 대한민국 어느 시골